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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께 만들어요, 내일의 제주2023.12.26


‘벌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해를 매듭짓고 새해 계획을 세우느라 만감이 교차하는 요즘, 제주시소통협력센터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복기 센터장을 만나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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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센터 설립 4년, 공간 개관 2년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2019년 연말부터 추진해서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과정들이 하나씩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무엇보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누구나, 쉽게,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는 일이었습니다. 일례로 영수증 처리 등 정산이 미숙하면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왔죠. 그러다 보니 공모사업에 능숙한 어떤 조직이나 단체, 활동가들이 아닌 말 그대로 제주의 보통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크고 작은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시도하는 문화와 생태계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센터에 대한 기대나 역할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그다음 역할, 즉 고도화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센터 이름처럼 소통과 협력이 잘 되는 거 같아요. 조직이 지닌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개개인의 특성인지 조직의 강점인지는 정확히 판단이 안 서지만 확실한 것은 있어요. 다들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답니다. 형식적인 거 말고 진정성 있게, 진짜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관심을 더 쏟게 되고, 품이 더 들어가게 되고, 인력이 더 투입되고…. 이런 과정과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니 다른 지원조직과는 차별화된 우리만의 문화가 자리매김한 게 아닐까 합니다. 씨를 뿌리는 게 센터의 역할이라고 보고, 조직의 성격상 앞단을 고민하며 지역 안에서 선순환이 이뤄지길 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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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주민들과 진행해온 사회혁신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를 축적한 ‘미래자산금고’ 벽면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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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으로 진정한 사회혁신을 꿈꾸는 민복기 센터장 

공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곳은 어디인가요?

5층 ‘다목적 홀’의 경우,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대관을 많이 하세요. 아이부터 발달장애인, 어르신들, 지역상인회까지 아주 많은 분이 찾아주시죠. 아무래도 원도심 안에서 100명 규모의 행사를 할 공간이 많지 않은 데다, 호텔 못지않게 깔끔하면서도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습니다. 2층 ‘소소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시설은 물론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가 많아요. 서귀포에서도 찾아오시거든요. 아이들 데리고 마음 편히 갈 공간이 부족하단 반증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주 드나들면서 센터 사업이나 지역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늘고 있어요. ‘자꾸 보면 정이 든다’는 옛말처럼 공간에서 만남이 이뤄지면서 계속해서 연결되는 지점이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물리적 거점이 있다는 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센터 4층 ‘모두의 실험실’에서는 매달 반상회가 열린다고 하던데,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과거에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간담회나 강의 등 일종의 프로그램 성격을 갖게 되니까 약간은 부담을 느끼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성격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죠. 다들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해야 하니까, 밥 먹는 모임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입주자끼리 서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안에서 협업하는 케이스가 늘어나더군요. 얼마 전에는 연말이라 다 같이 밥 먹고 선물 교환도 했어요. 이젠 연대감을 느끼는 끈끈한 사이로 발전 중입니다. 


올해 진행된 사업 중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이나 성과를 낸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외부와 협력하는 방식이 다채로워졌다는 게 가장 큰 핵심인 것 같아요. 그동안 다른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사업을 제안받는 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실험해봤어요. 예를 들어 올해 4월에 진행한 커피위크가 대표적이에요. 그간 센터 행사가 다른 유관기관보다는 소프트하지만 민간처럼 세련되지는 못한 부분이 있었어요. (웃음) 그런데 대중과 취향을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공간을 알릴 수 있었죠. 시민들 호응도 좋아서 지역 내 어떤 커피점이 있는지, 그들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행사가 끝난 뒤에도 매장을 방문하며 다양한 소모임을 이어가더라고요. 제주자치경찰단과 함께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나 제주특별자치도 안전정책과와 협력한 음주문화 의식개선 공공캠페인 등 기관 간 협력사업도 좋은 성과를 거뒀어요. 앞으로는 이런 협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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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을 걷듯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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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보니, 상당한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고, 그 무게만큼이나 확신에 차 있었다.

 

새해를 앞두고 이런저런 계획이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2024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기존의 사업 방향이 바뀐다기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도화될 거로 예상됩니다. 최근 지역사회 문제가 복잡하면서도 다양해지고, 그 영향력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시민의식이 성숙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졌죠. 민·관·공 등 여러 주체가 함께 고민하고 협업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여러 단체, 행정, 정책과 연계될 수 있도록 매개자로서 역할에 더욱 충실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명칭을 ‘제주소통협력센터’로 바꾸고, 제주도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갈 방침입니다.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살기 좋은 제주를 연구하고, 사람과 사회가 만나 지속가능한 제주를 실험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독자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느덧 2023년 12월의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내년에는 생활이 더 쪼들리고 팍팍할 거란 전망을 기사로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서로 소통하고 함께 협력한다면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충분히 잘했다고 한해를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건 어떨까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며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에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하늘로 솟구치는 청룡처럼 힘차게 비상하시길 바랍니다.